박하사탕,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다소 스포일러성 있는 글입니다.)
박하사탕은 본인 학창 시절 때 워낙 유명한 영화였다. 티비에서도 많이 소개해 준 영화일 뿐 아니라, 특히 설경구(김영호 역)의 신들린 연기와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유행어는 많은 곳에서 패러디 되기도 하였다.
역순으로 진행되는 박하사탕
상당히 독특한 컨셉의 영화라고 생각했다. 김영호는 철길 위로 올라가 달려오는 기차와 마주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업 실패, 그리로 경찰 생활, 군대, 순임과의 첫사랑 등의 이야기로 영화는 역으로 흘러간다.
나는 2001년도인가? 그때 영화를 처음 봤던 것 같다. 사실 그때는 인생 경험이 그리 많지 않기도 했고, 그저 주인공인 김영호가 안타깝다는 생각뿐이었다. 마지막 영화의 끝날 때 쯤을 보면 영호는 순수한 사람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에 의해 변질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박하사탕이라는 영화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쩌면 세상이 흘러가는 진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구든 세상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하염없이 순수하고 해맑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리저리 치이고, 좋았던 관계도 악연이 되는 경우도 있는 등 여러 가지 일을 겪게 되면 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단지, 영화 속 영호는 극단적으로 변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영화 주인공이자 컨셉이기에 어쩔 수 없겠지.)
기차에 대한 추억
내가 영화 박하사탕으로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예전의 기차 모습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2001년? 2002년인지는 몰라도 청량리역에서 강릉으로 가는 비둘기호(통일호인지 헷갈린다)를 탄 적이 있었다. 아마 지금은 없을 것이다.
가는 게 대략 5시간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지루하지가 않았다. 그리고 어떤 구간에서 다시 열차가 잠시 후진할 때도 있었는데, 어린 나이 때 그게 왜 그렇게 재밌었는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만약 지금 그런 열차를 타라고 하면 탈 수 있을까? 아마 못 탈 것이다. 이미 KTX에 길들어 있는 나이기에 말이다.
과거로 돌아가라고 하면 돌아갈 수 있는가?
정말 이런 상상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너의 가장 전성기 때로 돌아가라면 하면 언제 가고 싶냐고 말이다. 생각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타임머신이 있을지라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을 것 같다.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똑같은 세월을 다시 겪어야 한다고? 아무리 좋았던 시절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영호는 이미 모든 걸 잃은 상황이었기에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쳤었다. 만약 영화 속의 영호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될까? 그건 당사자가 아닌 이상 아무도 모를 것이다.